석 달 전 쓰러져서 큰 수술을 마치고
고혈압 조절을 위해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.
산책 수준이다.
격한 운동은 할 수 없다.
신호등에서 의도치 않게 뛰게 된 적이 있었는데... 힘들더라.
이제 나에겐 살짝 뛰는 것도 격한 운동이 된 것 같다. ㅠㅠ
아는 누나가 제2의 삶을 살게 됐으니 더 열심히 살라고 하는데
난 별로 그러고 싶은 마음은 없다.
삶을 포기했다는 말은 아니다. 하지만 '열심히 살라'는 말은 왠지 거슬린다.
죽음의 고비를 넘기면 사람이 변한다고 하는데, 나도 변하긴 한 것 같다.
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.
뭔가 생각의 변화는 있는 것 같은데 '열심히'는 아니다.
무엇인가를 내려놓은 느낌!?!?
'아등바등'을 버린 느낌?!?
뭐, 그렇다.
오늘은 출발 전 하늘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다.
파란 하늘보다, 덧칠한 구름보다 그것들을 나누고 있는 전깃줄이 거슬린다.
잘린 하늘.
아~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지! 왜 자꾸?!? ㅎㅎ
본격적으로 걷기 시작.
슬슬 해가 기울기 시작한다.
하늘도 피로감을 드러내며 빨간 숨을 내쉰다.
그 숨결에 주변도 물든다.
내가 꽃을 좋아했었나?
아니면 생명을 가진 것들을 대하는 내가 달라진 것인가?
유난히 많은 사진을 찍은 것 같다.
저녁을 지나 밤이다.
쳇! 또 무리하고 말았다.
이게 문제다. 무리!
적당히 좀 하자!